코고는 소리에 대한 작은 깨달음
여느 날처럼 나와 반쪽이는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곁들였다.
둘이 함께하는 여유로운 식사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반쪽이가 무언가를 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땡크."
나는 순간 의아했다. 땡크?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가볍게 물었다.
"왜 갑자기 '땡크'라고 해?"
반쪽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요즘 다른 반쪽이가 피곤해서 그런지 코를 골더라고. 근데 그 소리가 마치 탱크 지나가는 소리 같았어."
나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내 코 고는 소리가 탱크 소리 같다고? 그럴 리 없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휘저으며 부정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코를 곤다고? 말도 안 돼."
하지만 반쪽이는 이미 준비라도 한 듯이 휴대폰을 꺼내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분명히 내 것이었다.
헉. 내가 정말 코를 곤다니. 믿을 수 없었다. 순간 당황스럽고 창피한 마음에 반주가 더 간절해졌다.
하지만 지금 내 코 고는 소리가 탱크 소리처럼 들린다니. 그 기억이 떠오르자 기분이 묘해졌다.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그렇게까지 코를 심하게 고는 걸까? 한 번 고치려고 하면 방법이 있긴 한 걸까?
반쪽이에게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너도 코 골잖아!"라고. 하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가 반쪽이에게 장난스럽게 "너 코 골더라"라고 했을 때, 반쪽이가 순간 민망해했던 표정이 떠올랐다. 나도 지금 똑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때 반쪽이가 괜히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잠자리에 들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혹시라도 내가 또 코를 심하게 골면 어떡하지? 반쪽이가 혹시라도 '같이 자기 불편한데 따로 잘까?'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신경 쓰였다.
그렇게 신경을 쓰다 보니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반쪽이에게 묻게 된다.
"나 어제 코 골았어?"
반쪽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대답한다.
"응, 조금? 근데 괜찮아."
그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반쪽이가 괜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걸까?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수면 패턴과 자세에 조금씩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옆으로 자면 덜 골까? 베개를 좀 높게 하면 나아질까? 이게 다 반쪽이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내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상황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까? 아니면 정말 고칠 수 있을까? 어쨌든 하나는 분명했다.
나는 더 이상 '나는 코 안 골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조금은 웃기면서도, 조금은 신경 쓰이는 요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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