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나무 키우기 5일차"

⏳ 여유로운 아침, 그리고 작은 고민

오늘은 평소보다 시간이 많았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직 집에서 준비 중인 소녀에게, **"데려다 줄까?"**라고 물어보았다.
평소 같으면 나는 이미 출근한 상태일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일정이 조금 늦어 여유가 있었다.

소녀는 내 제안을 듣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좋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기다렸다는 듯이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덕분에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 출근 준비와 예상 시간의 차이

소녀는 평소 출근할 때 아침 9시쯤 집을 나선다.
직장이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충분한 거리였다.

나는 당연히 그 정도 시간에 맞춰 출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녀는 나에게 **"9시 15분에 나가자"**라고 했다.

순간, 머릿속으로 계산이 돌아갔다.
"9시 30분까지 출근인데 9시 15분에 나가면 늦는 거 아닌가?"

⏰ 시간 개념에 대한 차이

나는 지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각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어릴 때부터 나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경쟁사회에서 굳이 손해 보는 일을 하지 말자는 주의이기도 했고,
직장에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양쪽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소녀의 말에도 어느 정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시 15분 출발은 너무 늦지 않나?
그렇다면 택시를 타고 가야 할 수도 있는데…
나는 속으로 여러 생각을 하며 조용히 있었다.

🚦 출발 시간과 신경 쓰이는 도로 상황

9시 15분이 되자, 나는 출발하자고 했다.
하지만 소녀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9시 20분에 출발해도 돼!"**라고 말하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럼 지각할 텐데?"

그러자 소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지난번에도 20분에 택시 타고 갔는데 안 늦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내가 예상하는 시간과 소녀가 생각하는 시간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나는 '여유롭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소녀는 '정시에만 도착하면 되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나는 소녀의 말대로 정확히 9시 2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 도로 위에서의 작은 긴장감

막상 도로로 나서니, 차들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한 속도 50km 구간이 많아 생각보다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시간이 신경 쓰였다.
내가 운전을 해서 데려다주는 입장이다 보니,
소녀가 지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어여 가자~! 어여!"**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평소 운전할 때보다 훨씬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결국, 출근 시간 2분 전인 9시 28분에 회사 앞에 도착했다.

소녀는 "고마워~!"라는 말을 남기고
허겁지겁 회사 건물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긴장이 풀렸다.

🤔 그리고 남겨진 고민

소녀를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지킬 수 있는 일을 나 때문에 깨버린 건 아닐까?"

사실 소녀는 매일 이렇게 출근해 왔다.
어떤 방식으로든 9시 30분까지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굳이 내가 개입하지 않았어도, 본인의 방식대로 알아서 출근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먼저 '데려다줄까?'라는 제안을 했고, 그로 인해 본인의 출근 패턴이 흔들린 것 같았다.
평소 혼자 해결하는 일이었는데, 내 개입으로 인해 계획이 조금 달라진 셈이었다.

물론 소녀는 고마워했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려 하지 말자."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두자."

📌 다음번에는…

소녀가 직접 요청하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태워줄까?"라고 묻지는 않기로 했다.

물론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존중해 주는 것도 배려일 수 있다.

다음번에도 혹시 시간이 남더라도,
소녀가 먼저 부탁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지켜봐야겠다.

그게 **진짜 의미 있는 ‘배려’**가 아닐까? 😊